2011. 10. 19. 09:30
30대 후반.
가을 바람에 스윽 눈을 비비며,, 어느 순간 40가까운 삶을 살면서
이제는 기억에도 가물한 여러 추억과 그 속의 제 감정을 되새김질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은 그냥 제가 살면서 참  잘한 일, 고마운 일이 가을 바람속으로 느껴지네요.

2003년 따뜻한 봄 날
준이가 세상밖으로 나온날. 이날은 제가 엄마가 된 날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진정한 어른의 길을 걷는다고 하시곤 했는데...
어쩌면 이 날이 제가 진짜 어른이 된 첫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스런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그 감격을 다 느끼기도 전에
육아라는 큰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수 없고, 전쟁속에 웃음폭탄과 때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결코 시끄럽게 느껴지지않는 그 전쟁속에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이기때문에 강할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쌀 10키로 들고 마트에서 집에까지 가라면 절대로 갈 수 없지만
10키로가 넘는 돌쟁이 아이가 유모차에서 자지러 지게 울면
엄마는 아이를 한 팔로 안고 다른 한 팔로 장바구니를 실은 유모차를 끌로 집에 까지 걸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죽도록 싫던 학생시절, 처녀시절때
엄마가 깨우면 온갖짜증을 내며 일어나곤했던 여자는

엄마가 되면서 새벽에도 서너번 일어나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분유를 태워먹입니다

그리고는 동이틀 무렵 출근하는 남편에게 간단한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이내 쌀을 불려 아기의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똘망똘망 깬 아이의 얼굴을 보며 엄마는 밤새 서너시간밖에 자지못한 자신을 잊습니다.

아이가 커서 유치원을 가게될 무렵
엄마의 정보더듬이는 빛을 발하게 됩니다.
내아이의 먹거리가 괜찮은곳, 친절한 선생님이 계신곳,
그러면서 우리집 가정경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런 교육시설을 찾아내기에 바쁘고
자신이 남편이 입던 츄리닝 바지에
며칠전 시장에서 산 오천원짜리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내 아이에게는 피부를 위해 100%면으로 된 질 좋은 옷을 입힙니다.

어떤면에서 보면 궁상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잊고 자식만을 위해 사는게 옳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이 엄마로서 강한것이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것입니다.
저또한 때때로 그러한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강하다는 뜻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정성을 쏟게 되고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것도 아깝지 않게 되는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의 본능적인 성질을 말하지 않을까요?


아빠라는 가장의 역할이 어떠한 상황에 의해 이루어지지않을때
엄마들은 나약한 여자가 아닌 자식과 함께 살아야하겠다는
엄마로서의 강한 삶에 대한 의지가 나오는 것도 엄마로서의 강한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도 그러한 본능이 숨어있는것같습니다.

그런데..그것보다 엄마는 강하다라는 것보다
엄마여서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것이 있는것같습니다.

그건 바로  어느책에서 말하던 <가슴이 시리다.. 가슴이 찢어진다..>라는 느낌...
이건 정말이지 엄마가 되면서 절절히 느끼는것같습니다.

엄마가 되기전에
TV에서< 어린이에게 새생명을>
이라는 프로를 봤을때...참 안되었다 라는 느낌으로 안쓰러움의 눈빛을 보내었던것같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부터는
솔직히 매년 하는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이라는 프로는 제대로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프로에서 아픈 아이가 소개될때마다
가슴이 왠지 시린것같고
눈에서 나오는 눈물보다 가슴 저 밑 명치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뭔가때문에....


뉴스에서 어린 아이들이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던가,
어린 아이들이 잘못되었다는 소식을 접할때면

그저 안됬다라고 느끼던 예전과는 달리
가슴속에서 들끓는 뭔가는...이미...제가..그 당사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리는 그 순간입니다.

엄마가 되고부터 다른 아이의 엄마입장이 될수 있게 된것같습니다.

지나가다가   싸우는 아이들, 욕하는 아이들,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재들 왜저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던 옛 시절과 달리
이제는 어떻게든 가서 말 한 번 붙이고, 그러지말자...훈계하게되고, 보듬게 되면서
그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주책맞은 아줌마에 불과하겠지만,
전...그 아이들이 남의 아이가 아닌 제 아이같다는 생각을 순간 하게되는것입니다.
제가 엄마이게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
엄마가 되기전에 아이들을 바라볼때와
지금 엄마가 되고나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확실히 달라진것같습니다.

그게 행동으로 표현되는 바로 아이들을 부를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입니다.
"아들~~ 또 조냐?? 10분만 자고 일어나!!"
"어이~ 딸~~ 오늘  좀 이쁘네"

이상하게 제 키보다 훨씬 큰 학생들이지만,제게는 귀여운 아들 딸로 보여집니다.
덩치도 확실히 저보다 큰 아이들인데...곁에 가면 어깨라도 툭툭 두드려주고 싶을만큼 이쁩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엄마로서 느낄 수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감정때문인지
아이들을 보면 때로는 미소짓고, 때로는 짠~하고 때로는 귀엽고, 그저 이쁘고...
엄마이기때문에 강해질 수 밖에 없고
엄마이기때문에 가슴으로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나봅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제가 엄마라는 사실이.
그래서 어르신들께서는 말씀하셨나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서 어른이 된다!! 라고..

40 이 다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어른이라는 이름앞에 설 수 있게 된것같습니다.
참으로 철없고,여리던 제가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준 제 아들에게...
지금 옆에서 시험을 앞두고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들에게
(곁눈질로 슬쩍봐도..틀린답을 참으로 정성스럽게 쓰고 있는 아들ㅋ)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이세상 모든 아이들
모든 아들딸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어른으로서 살아야겠습니다.


















Posted by 쭌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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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이~ 2011.10.20 0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저도 살아가 보렵니다^^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저녁 되세요^^

  2. 라오니스 2011.10.20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엄마도 준이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저는 언제 결혼해서.. 어른이 될런지... ㅎㅎ

  3. 담빛 2011.10.20 2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거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위대해지는 것 같아요.

  4. 선민아빠 2011.10.21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감동입니다...저도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5. 씩씩맘 2011.10.21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아직애키운지1년좀넘었는데공감되는부분이많네요~
    엄마란참힘든것같아요^^;;

  6. 달콩이 (행복한 블로그) 2011.10.23 0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아직 어른이 아니군요..
    얼른 장가를 가야되는데 ^^;

    쭌맘님 행복한 밤 되세요 ^^
    그리고 화이팅 입니다!!

  7. 복돌이^^ 2011.10.27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야기를 읽으면서...음음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